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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레 골똘히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나의 삶은? 별생각 없이 펼쳐 든 졸업앨범 속의 나는 지금의 내가 보기에 몹시도 어색하다. 어린 시절 찍었던 사진들은 그때의 나를 새기고 있는데, 지금의 나는 그 사진들이 왜 이리 부끄러운지 모르겠다. 그런데, 부끄럽다는 생각은 왜 또 하게 되었던 걸까? 이상하게도 나는 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가끔은 정말 괜시리 부끄러워질 때가 있었다. 근데 그 가끔의 생각이 요즘은 일상의 생각이 되어, 근래의 나는 내 자신을 기록하는 것이 별로 달갑지 않게 보이더라.

 과거에 내가 쓴 글들을 보았다. 최소 10년 이상 된 글들을 볼 때, 이 글이 과연 나의 글인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오히려 지금의 나보다 글을 더 잘 쓰는 것 같다. 그때의 꿈은 작가였는데, 지금의 나는 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여전히 방황중인것 같다. 이 또한 성장하고 있는 것이겠지. 과거의 자화상은 부끄러운데 그 기록들은 자랑스럽다는 게 참으로 웃기고 역설적이다.

 녹슨 문장을 가지고 생각을 적어내려간다. 어색한 표현의 문장은 감정을 오롯이 담아내기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는 나는 생각보다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어른의 향수라는 것이 고작 이런 것은 아니겠지?

 

 더욱 즐겁고 더욱 신나는 일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너무 심하게 부끄럽지만 않다면, 가끔은 적당히 부끄러운 일도 겪는 것이 서랍 속 추억을 더욱 풍성하게 가꿔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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