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131012 역설의 색채

Vivisection 2015. 10. 21. 00:32



이상하게 잠 못 이루는 밤의 시간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과거에 대한 후회가 마구 떠오르게 된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분명 똑같은 선택을 할텐데도 불구하고 왜이리 후회의 색은 짙어지는가? 전부터 늘 궁금해했다. 과거의 내 선택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때의 행동이 아쉬울 뿐이다, 분명 더 좋은 해답이 있었을거다, 이러한 것들은 도대체 어떤 모순적인 생각인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의 밑바탕이 없는 것도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리도 역설적인 감정에 빠져들수나 있는가? 


곰곰이 생각해보건대, 필시 나는 과거의 내 선택보다 더 나은 선택이 있지 않을까하는 모종의 기대감이 서려있는 것이 분명하리라. 기대감이라, 좋다 치자 이거야. 그런데 왜 나는 내 행동과 내 선택에 기대감을 갖는건가?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기대를 갖는다는 게 가당키나한가? 과거로 다시 돌아간대도 똑같은 선택을 하리라고 분명 말해놓고는, 또 다른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거라는 그 기대감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하는가.


이상하고도 복잡한 생각의 나선에 갇혀 모순과 역설을 내뱉고는, 그런 자신이 한없이 우둔해보이면서도 또 그 사이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나는 진정 어떤 사람인가. 순접과 역접 사이에서의 해답이란 사실 내가 어느쪽으로 기울어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인간의 정형화된 관념이란 생각 이상으로 무섭다. 왼쪽에 서있으면 생각은 왼쪽으로 기울어지고, 오른쪽에 서있으면 생각은 오른쪽으로 기울어지기 마련이니까. 그렇다면 나는 어느쪽으로 기울어있는 인간이란 말인가? 함부로 대답을 할순 없고,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어두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