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면 너무도 많은 미디어가 우리를 감싸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샬 맥루언이 쓴 미디어의 이해에 따르면, 우리를 둘러싼 미디어는 우리에게 계속해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그 노출로 인한 선택들을 언제나 강요당한다고 한다. 미디어를 나의 선택으로 틀어둘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도 분명 틀린 말은 아닐게다. 모든 미디어를 내가 티비의 채널을 돌리듯이 나의 선택으로 송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넘쳐나는 다분화된 세상에서, 컨텐츠는 너무도 많다. 나를 둘러싼 컨텐츠는 하루종일 나의 시간을 오롯이 들여도 그것을 다 소비하기도 전에 새로운 날이 되면 또 다시 새로운 컨텐츠들이 넘쳐흐른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의 이야기를 담은 컨텐츠를 만들기는 커녕, 흘러들어오는 정보만도 소화하기 벅차다는 느낌을 들었다. 우리의 주변은 너무도 많은 정보의 물결로 흐르고 있고, 풍부한 컨텐츠의 바다는 나를 익사시켜 이윽고 자의적 판단을 불가하게 만든다.


 무엇이 문제일까. 작가를 꿈꾸던 나의 문장이 무뎌져가고,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이윽고 한계에 부딪힌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어렵지만 즐거운 일이었다. 허나 지금은 나의 문장이 부족한 것 같으면서도 부끄럽다. 왜 글을 쓰는 것이 어렵고 피하고 싶어졌을까. 글은 나를 이루는 것이며 곧 나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지 않았던가?